전쟁의 끝은 누가 결정하는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권력의 냉혹한 현실

 

이란을 공습한 B-1B 폭격기

전쟁의 종결을 둘러싼 정면 충돌

전쟁의 끝을 누가 결정하는가.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라고 반박하며 “중동에서 석유 단 1리터도 실려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한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신경전이 아니다. 

그것은 중동 질서를 둘러싼 힘의 구조를 드러내는 선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이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말하자, 이란은 곧바로 정면으로 반박하며 전쟁의 주도권을 미국이 아닌 자신들이 쥐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시장을 향한 트럼프의 정치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전 발언은 단순한 낙관론이라기보다 시장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의 발언 직후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며 급등하던 국제 유가는 곧바로 하락했다. 

전쟁은 미사일과 폭격기로 싸우지만, 세계 경제는 유가라는 숫자로 먼저 반응한다. 미국이 전쟁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면서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계산이 읽힌다.

협상 거부로 돌아선 이란

그러나 이란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 혁명수비대는 트럼프의 발언을 “허튼소리”라고 일축했고,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 자체를 부정했다. 

세 차례 협상을 진행한 뒤에도 미국이 공격을 감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이란이 외교적 타협보다는 전략적 압박을 통해 전쟁의 판을 바꾸려 한다는 신호다.

세계 경제의 목줄, 호르무즈 해협

이 갈등의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약 2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이 실제로 봉쇄에 나설 경우 국제 유가는 폭등하고 글로벌 물류와 금융시장은 심각한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란이 “석유 단 1리터도 실려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사력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이지만, 에너지 지정학에서는 이란이 결코 약자가 아니다.

전쟁을 멈추는 것은 ‘힘의 균형’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을 방해할 경우 “지금보다 20배 더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이란이 국가로서 재건이 어려울 정도의 공격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쟁은 선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쟁은 결국 억지력의 균형 속에서 멈춘다. 미국은 군사력으로 압박하고, 이란은 지정학적 지렛대로 맞선다.

결국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어느 한 지도자의 발언이 아니다. 석유, 해협, 시장, 그리고 군사력. 이 네 가지 힘이 만들어내는 균형 속에서 비로소 전쟁은 멈춘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긴장은 그 균형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경고일 뿐이다.


The Grace 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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