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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청사 |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나라, 이것이 사법 개혁인가 사법 파괴인가
법왜곡죄 시행 첫날, 1호 고발 대상은 조희대 대법원장이었다.
이병철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을 법왜곡죄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유는?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이 '법 왜곡'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법왜곡죄로 고발됐다.
이것이 사법 개혁인가, 사법 파괴인가.
형벌 불소급 원칙도 무시하는 고발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 등을 법왜곡죄로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헌법은 법이 제정되기 전 일어난 행위를 소급 적용해 처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은 형벌 법규 불소급 원칙에 따라 각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형벌 불소급 원칙. 법치국가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법이 제정되기 전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독재 국가에서나 법을 소급 적용해 정적을 처벌한다.
그런데 이병철 변호사는 이 원칙조차 고려하지 않고 고발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맞고발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피고인은 법왜곡죄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소급 적용'이 불가능한 사실을 고려하지도 않고 조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형벌 불소급 원칙도 모르거나, 알면서도 무시한 것이다. 이것이 법률가의 행동인가.
9일 만에 7만 쪽 검토 불가능?
이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대법원이 9일 만에 7만여 쪽에 달하는 소송 기록을 검토한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런가.
서민위는 반박했다. "대법원 최종심은 1·2심처럼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니고 법리 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이어서 짧은 시간 기록 검토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같은 사실을 왜곡했다."
맞는 말이다.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심이다. 1·2심에서 이미 사실관계를 다 검토했다. 대법원은 법리 해석만 따진다.
그런데 이 변호사는 이런 기본적인 사실도 왜곡했다. 변호사가 사실심과 법률심의 차이도 모른단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정권에 잘 보여 자신의 출세 발판으로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인가.
고소·고발 남발, 사법부 위축이 현실화됐다
법조계에선 사법부 수장인 조 대법원장이 고발 대상이 된 것을 두고 그동안 제기돼 온 고소·고발 남발과 사법부 위축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견된 일이었다.
법왜곡죄 제정 당시부터 법조계는 경고했다. "판·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할 경우"라는 조항이 너무 추상적이다. '의도적 왜곡'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고소·고발이 남발될 것이다. 사법부가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시행 첫날, 대법원장이 고발됐다.
김희균 교수는 말한다. "이 고발은 재판을 진행한 판사들에게 '현행법이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앞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다루는 판사들은 이제 어떻게 하는가.
유죄를 선고하면 한쪽에서 법왜곡죄로 고발한다. 무죄를 선고하면 다른 쪽에서 법왜곡죄로 고발한다. 재판을 안 하면? 그것도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도 지적했다.
"검사들도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처분하는 순간 고발이 될 것이라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소하거나 무혐의 처분을 하면 다른 한쪽에서 고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심지어는 처리를 안 하면 안 한다고 고발할 것이다."
이것이 사법 독립인가.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나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미 이 대통령 유죄 취지 파기환송 사건으로 다수의 시민단체에 의해 공수처에 고발돼 입건된 상황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된 조 대법원장 사건을 수사 1·3·4부 등에 배당했다.
대법원장이 공수처에 입건됐다.
이것이 정상적인 나라인가. 사법부 수장이 판결 때문에 수사를 받는 나라가 법치국가인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이 고발됐다. 재판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나라.
이것이 사법 개혁의 결과인가.
법왜곡죄, 사법부 길들이기의 도구
법왜곡죄의 본질은 무엇인가. 판·검사를 처벌하기 위한 법인가. 아니다.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한 도구다.
정권이 원하는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 법왜곡죄로 고발한다. 정권이 원하는 기소를 하지 않으면 법왜곡죄로 고발한다.
유죄를 선고하면 고발, 무죄를 선고해도 고발, 기소하면 고발, 불기소해도 고발.
판사와 검사는 이제 법이 아니라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한다.
김희균 교수의 말처럼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사법 독립인가. 이것이 법치주의인가.
마무리
법왜곡죄 시행 첫날, 대법원장이 고발됐다.
형벌 불소급 원칙도 무시했다. 사실심과 법률심의 차이도 왜곡했다. 그럼에도 고발은 접수됐다.
고소·고발 남발과 사법부 위축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했다.
이제 판사와 검사는 법이 아니라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은 누구도 다루려 하지 않을 것이다. 유죄든 무죄든, 기소든 불기소든,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고발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을 고발하는 나라. 이것이 이재명 정부가 만든 사법 개혁의 결과다.
법왜곡죄는 사법 개혁이 아니라 사법 파괴의 도구다. 사법부 독립을 무너뜨리고, 판·검사를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도구다.
이것이 법치국가의 모습인가.
The Grace 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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