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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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군 말 안장에 스타링크 위성 통신용으로 추정되는 안테나가 얹혀진 모습 / 텔레그램 |
전쟁터의 통신이 끊기면 총보다 먼저 무너지는 것이 지휘 체계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벌어진 일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군이 그동안 불법으로 사용해 오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이 차단되면서,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군 상당수 부대가 통신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스타링크는 미국 기업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망으로, 그 소유주는 일론 머스크다. 지구 저궤도에 떠 있는 수천 기의 통신 위성을 통해 어디서든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어, 전쟁터에서도 드론 조종과 지휘·통제에 필수적인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이 시스템에 크게 의존해 왔고, 러시아군도 제3국을 통한 밀반입 등으로 단말기를 확보해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기술의 ‘스위치’를 쥔 사람이 국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는 점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 당국이 러시아의 스타링크 무단 사용을 막아 달라고 요청하자, 머스크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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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 인터넷을 활용한 현대전 |
스페이스X는 승인된 단말기만 작동하도록 하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고, 러시아가 사용하는 장비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머스크 역시 이러한 조치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결과 러시아 전선의 통신망이 크게 흔들렸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일부 부대는 워키토키 등 20세기형 구형 무전기나 단거리 통신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드론 운용과 지휘 체계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위성 인터넷 하나에 의존하던 전장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사건은 현대전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과거에는 국가가 통신망과 무기 체계를 독점했지만, 이제는 민간 기업의 기술이 전쟁의 흐름을 좌우한다. 한 기업인의 결정 하나로 전선의 통신망이 열리고 닫히는 현실은, 전쟁의 주도권이 국가만의 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러시아군의 통신 체계가 이처럼 취약했던 것인지, 아니면 현대전이 이미 ‘민간 기술 의존 전쟁’으로 바뀐 것인지 우리는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만약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국가가 아닌 한 기업의 서버와 위성에 달려 있다면, 앞으로의 전쟁은 과연 누구의 의지로 치러지게 되는 것일까.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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