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의 노을 아래 홀로 선 거목 박근혜 전 대통령, 그 마지막 품격을 위하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도자의 마지막 안식처가 차가운 법의 잣대 아래 놓였다는 소식은, 그를 아끼는 이들뿐만 아니라 역사의 부침을 지켜보아 온 많은 이들의 가슴에 서늘한 바람을 몰고 온다. 2026년 2월 5일, 대구 달성군의 사저가 가압류되었다는 보도는 단순한 채무 관계의 문제를 넘어, 평생을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大義)에 헌신했던 한 인물이 마주한 비정한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TV조선 신통방통 화면 캡처


대한민국의 딸로 태어나 청와대에서의 유년기를 거쳐, 부모를 흉탄에 잃는 형언할 수 없는 비극 속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직 조국만을 생각했다. 퇴임 후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삼성동 자택을 매각하고 재판 과정에서 부과된 거액의 추징금과 벌금을 납부하기 위해 평생의 사재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지독할 정도의 결벽과 청렴함은 역설적으로 그를 단 한 칸의 방조차 소유하지 못한 처지로 내몰았다.

2022년, 고향과도 같은 대구 달성군에 둥지를 틀며 "참 행복한 사람"이라 소회했던 그의 미소는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그 평온함은 채 4년을 넘기지 못했다. 

한때 그를 지지한다 자처했던 이들이 10억 원의 채무를 근거로 제기한 가압류 신청이 법원에 의해 인용됨으로써, 전직 대통령은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을지도 모르는 가혹한 운명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인간적 배신감과 비정함에 있다. 사저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는 박 전 대통령이 사적인 이익을 단 한 푼도 취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부정한 재산을 축적했더라면, 노후의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타인에게 손을 벌리는 일도, 그로 인해 법적 수모를 겪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직 국가 원수가 최소한의 주거권조차 위협받으며 경매의 위기에 몰리는 현실은 국가적 불행이자 수치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회복을 논의하고 있으나, 정쟁의 그늘에 가려 그 걸음은 답보 상태다. 

지도자로서의 공과를 떠나, 한 노령의 여성이 겪어야 하는 이 모진 풍파는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와 예우가 어디에 있는지 묻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평생을 고독과 인내로 점철된 길을 걸어왔다. 비바람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그 고결한 뜻이 더 이상 세속의 탐욕과 법적 굴레에 상처 입지 않기를 바란다. 

달성의 사저가 한 시대를 이끌었던 지도자의 마지막 품격을 지켜주는 성소가 되기를, 그리고 우리 공동체가 이제는 그 시린 손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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