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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심제에 반발, 사의를 표명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 리얼 수채화 |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든 재판소원 도입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사실상 ‘4심제’ 길이 열렸다. 이제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도 헌법소원을 통해 다시 판단을 구할 수 있게 됐다.
형식은 헌법 판단이지만, 실질은 또 하나의 상급심이 추가된 셈이다.
우리 헌법은 법원에 최종 재판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 판결을 다시 다툴 수 있는 통로를 넓힌 것은 사법 구조의 대전환에 해당한다.
연간 5만 건에 이르는 대법원 사건 중 일부라도 헌재로 이동한다면, 헌재의 업무 폭증은 불 보듯 뻔하다. 현재 연 2500건 안팎인 헌재 사건이 1만 건 이상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소송 기간은 늘어나고, 비용은 증가한다. 결국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만 끝까지 다툴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법 개혁이 아니라 ‘소송의 장기화’라는 역효과가 우려되는 이유다.
왜 하필 지금인가
문제는 시점이다. 이 개정안은 충분한 사회적 숙의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재판소원 범위와 한계를 둘러싼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입법은 밀어붙이듯 진행됐다.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판단했던 점이 분수령이 됐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대법관 증원, 법 왜곡죄 신설까지 이른바 ‘사법 3법’이 한꺼번에 추진되는 흐름을 보면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권력 구조 재편 의도가 읽힌다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인적 구성이 정권의 영향권에 들어가면, 향후 주요 사건의 향배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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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심제의 실질적 혜택자 이재명 대통령 |
대통령에게는 기회, 국민에게는 부담
4심제가 현실화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헌재 판단을 다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정치적으로 중대한 사건을 안고 있는 권력자에게는 ‘시간’과 ‘기회’가 추가된다.
만약 헌재 구성까지 현 정권의 임명권 영향 아래 놓이게 된다면, 구조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3중, 4중의 안전망이 형성되는 셈이다.
동시에 여당 내부에서는 대통령 관련 일부 사건의 공소 취소 요구까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판을 다시 받는 것을 넘어, 아예 재판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국민은 어떤 위치에 서게 될까.
소송이 길어지고,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사법 신뢰는 흔들린다. 법은 평등해야 하지만, 절차가 복잡해질수록 자원과 권력을 가진 쪽이 유리해지는 경향이 있다.
사법 신뢰의 균열
최근 법원 고위 인사의 사퇴 의사 표명까지 이어지면서 내부 반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법 제도의 변화가 ‘국민 편의’가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의해 추진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사법부의 권위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된다.
사법 제도는 정권의 이해관계를 넘어 세대를 관통해 작동해야 한다. 오늘 권력자에게 유리한 장치는 내일 또 다른 권력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제도의 변화가 한 사람의 재판과 맞물려 있다면, 그 개혁은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The Grace 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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