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진종구 칼럼니스트
1월 27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또 하나의 ‘도발 뉴스’로 소비되기에는 그 정치적 맥락이 지나치게 또렷하다. 이번 발사는 단순한 무력 시위가 아니라, 미국·한국·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신호로 보인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시점이다. 미국 국방정책의 설계자로 불리는 엘브리지 콜비 차관이 방한·방일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북한은 정확히 그 타이밍을 골라 미사일을 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새로운 한미일 안보 구도에 대한 북한식 응답”이다. 북한은 늘 그렇듯 말이 아니라 탄두로 입장을 밝힌다.
이번 발사가 올해 두 번째라는 점도 중요하다. 북한은 이미 1월 초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주관했고, 이제는 재차 탄도미사일을 쏘며 자신들의 기술이 단발성이 아님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대외적으로는 억제력 과시이고, 대내적으로는 체제 결속용이다. 김정은 정권이 미사일을 쏘지 않는 날이 오히려 이상한 체제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 프레임이다.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라는 상투적 문장은 이제 안보 브리핑의 의무 문구처럼 반복될 뿐, 국민에게 실질적 신뢰를 주지 못한다. 북한은 미사일의 종류와 발사 각도를 바꾸며 진화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같은 언어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콜비 차관이 강조해온 ‘한국의 주도적 방위 역할 강화’는 분명 전략적 전환을 예고한다. 문제는 이 변화가 북한에게는 미국의 개입 축소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 틈을 정확히 찔러 도발의 수위를 조절하며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금의 도발은 전쟁을 원해서가 아니라, 협상의 판을 다시 짜기 위한 압박 카드다.
한반도의 위기는 늘 미사일과 함께 오지만, 진짜 위기는 정치의 언어가 안보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시작된다. 북한은 계산하고 움직인다. 그렇다면 우리도 계산으로 대응해야 한다. 경고와 규탄만으로는 더 이상 억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미사일은 바다에 떨어졌지만, 그 메시지는 이미 한미일 안보 정책의 심장부에 꽂혔다.
우리 정부는 과연 북한의 도발을 ‘관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도발에 ‘익숙해지고’ 있는가. 안보에서 익숙함은 가장 위험한 신호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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