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상의 책임, 트럼프가 아니라 정부의 선택에 있다

 칼럼니스트/ 진종구 박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산 자동차 및 상호관세 25% 인상 발언은 돌발적 사건이 아니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의 변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허점을 방치한 정부·여당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가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순간, 문제의 초점은 외교가 아니라 입법과 책임으로 옮겨갔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한미 합의에 통과 시점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회에 5건의 대미투자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고, 절차에 따라 심의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사태의 본질을 피해 가는 말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것은 ‘발의 여부’가 아니라 ‘이행 여부’였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전략적 투자에 관한 MOU를 체결하면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을 기준으로 관세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실제로 관세를 인하했다. 반면 한국 국회는 법안을 발의해 놓고 수개월째 처리하지 않았다. 이 공백이 바로 트럼프가 다시 관세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명분이 됐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국회 비준이나 입법을 ‘스스로 발을 묶는 행위’로 규정해 왔다. 비준을 받으면 유연성이 사라진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그 유연성은 결국 법적 구속력 없는 약속으로 남았고, 그 틈은 상대국의 압박 수단으로 되돌아왔다. 비준을 피한 대가는 관세 25%라는 형태로 청구됐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을 사전에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당 간사는 “미국으로부터 입법 지연에 대한 실무적 어필을 받은 바 없다”고 했지만, 외교와 통상은 상대의 항의가 있어야 움직이는 영역이 아니다. 

트럼프라는 인물의 협상 방식과 압박 수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정부와 여당은 입법 지연이 어떤 신호로 읽힐지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비판은 이 지점에서 힘을 얻는다. 합의가 조약이든 MOU든, 미국이 ‘국회 승인 부재’를 이유로 관세를 되돌릴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합의의 취약성을 증명한다. 

책임은 외부 변수에 있지 않다. 법적 성격을 흐릿하게 만든 채 정치적 편의만 택한 판단에 있다.

통상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다. 국회를 우회한 합의는 빠를 수는 있어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이번 관세 인상은 미국이 부과했지만, 그 원인은 분명히 서울에서 시작됐다. 정부·여당이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같은 청구서는 언제든 다시 날아올 수 있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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