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이 된 개신교 신앙... 오늘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정교유착은 반란’ 발언에 교회가 흔들렸다

 밭을 갈 권력, 스스로 걸러야 할 신앙

칼럼니스트 / 진종구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종교 문제를 정면으로 끌어올렸다. ‘정교유착’을 국가적 위기이자 반란 행위에 비유한 대통령의 발언은 강렬했고, 의도는 분명했다. 그러나 강한 문제 제기가 곧 정당한 개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종교라는 민감한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은 종교단체 수사를 ‘밭갈이’에 빗대며, 신천지·통일교 같은 집단을 ‘큰 돌’, 일부 개신교를 ‘자갈’과 ‘잔돌’로 표현했다. 큰 돌을 치운 뒤에는 자갈을 골라낼 차례가 온다는 말이었다. 이 비유는 단순한 언어의 선택을 넘어, 국가 권력이 종교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문제는 그 인식이 지나치게 관리와 통제의 시선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종교계 내부의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정치적 적개심을 설교로 포장해 쏟아내는 일부 목회자의 언행은 신앙의 이름을 빌린 폭력에 가깝다. “이재명을 죽여야 나라가 산다”는 식의 발언은 어떤 교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런 언어는 신앙을 타락시키고, 종교 전체를 사회적 불신의 대상으로 만든다. 이 점에서 교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밭갈이’를 선언하며 종교계를 선별·정화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순간,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종교의 병폐를 이유로 국가 권력이 설교의 경계선을 긋고, 합법과 불법, 허용과 제재를 가르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그것이 아무리 정의의 언어를 두르고 있더라도,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율성을 잠식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종교는 국가가 관리해야 할 행정 구역이 아니다. 밭을 갈 권한은 권력에 있지만, 신앙의 돌과 자갈을 가려낼 권한은 오직 신앙 공동체 내부에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자갈’을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왜 종교계 스스로 그 자갈을 치우지 못했는가, 그리고 그 실패를 이유로 국가가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가.

더 중요한 점은, 거친 설교를 법과 수사로 잠재울 수는 있어도, 그것을 성숙한 언어로 바꾸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소신이 있다면, 그것은 혐오와 저주의 언어가 아니라 합리와 논증의 언어로 표현돼야 한다. 그 전환은 검찰도, 경찰도, 대통령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오직 종교계 스스로의 각성과 책임만이 가능하다.

국가 권력이 종교를 향해 삽을 들기 시작하면, 그 밭은 결코 고르게 갈리지 않는다. 돌을 걷어내다 밭 자체를 망가뜨릴 위험이 더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자갈인가’를 가르는 권력의 손이 아니라, 왜 신앙이 자갈처럼 굳어버렸는지를 성찰하는 종교의 양심이다. 자정 없는 종교는 신뢰를 잃고, 절제 없는 권력은 경계를 넘는다. 이 둘이 동시에 실패할 때, 밭은 황폐해진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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