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헤럴드 / JayGee JIN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사.” 민주당이 반복해 온 이 구호는 원래 권력 분산과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혁의 언어였다. 그러나 오늘 국민의 눈에 비친 이 문장은 정의의 원칙이 아니라, 정치 권력을 안전하게 둘러싸기 위한 정교한 설계도로 읽힌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는 그 인식을 굳히기에 충분하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가족 관련 비리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 수사는 유독 더뎠고, 핵심 증거는 번번이 손에서 빠져나갔다. 사건 접수 후 장기간 배당조차 하지 않았고, 압수수색은 늦어졌으며, 영장 기재 누락과 증거 확보 실패가 연이어 발생했다. 우연이라 보기엔 반복이 잦다.
더 심각한 것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 내부의 소극성과 무기력이다.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신속히 내사 종결됐고, 수사 외압 정황이 제기됐음에도 경찰은 스스로를 조사하는 데 주저했다. 정치 권력 앞에서 수사기관이 몸을 낮춘다면, 제도 개편은 개혁이 아니라 면책 장치에 불과하다.
이런 장면은 과거에도 되풀이됐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에서 경찰은 판단을 미루거나 책임을 회피했고, 그때마다 “법과 원칙”이라는 말은 공허해졌다. 그래서 국민은 묻게 된다. 왜 경찰은 특정 정치 세력 앞에서만 실수를 반복하는가. 왜 무능은 늘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가.
검찰청 폐지를 앞둔 지금, 이 질문은 더욱 무겁다. 수사의 중심축을 경찰로 옮기는 개편은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위험한 실험이 된다. 그런데 민주당 인사 관련 사건마다 드러나는 경찰의 미진한 수사 태도는, ‘수사는 경찰’이라는 구호가 공정성보다 권력 보호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운다.
법치는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정치 권력과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수사기관 위에 정의는 세워질 수 없다. 김병기 의원 사건은 제도 개편의 명분이 얼마나 취약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수사다. 그렇지 않다면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사’라는 말은 끝내 정의가 아닌 권력을 위한 설계도로 국민들의 뇌리에 기억될 것이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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