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려 있는 신앙, 산티아고 가는 길 위에서 배운 교회의 얼굴

템플 기사단이 세웠다는 어느 성당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 위에는 이름조차 또렷이 남지 않은 작은 성당들이 점처럼 흩어져 있다. 돌로 쌓은 벽은 세월에 닳아 있고, 문은 높지만 소박하다. 그러나 그 문은 늘 열려 있다. 순례자가 많든 적든, 비가 오든 해가 지든, 그 성당들은 말없이 길을 내어준다.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함보다 고요가 먼저 맞는다. 촛불 하나, 낡은 제대, 오래된 성화 앞에서 사람은 자연스레 숨을 고르게 된다. 그곳에서 기도는 의무가 아니라 쉼이 된다.

낮 동안은 배낭을 멘 순례자들이 잠시 머물다 가고, 해 질 무렵이면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 하루를 정리한다. 누군가는 묵주를 굴리고, 누군가는 말없이 벤치에 앉아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 성당들은 설교보다 침묵으로 복음을 전한다. “들어와도 된다”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서양 중세의 성당은 도시의 중심이었고, 삶의 한가운데였다. 그러나 산티아고 길 위의 성당은 더 근원적인 모습으로 돌아가 있다. 

믿음의 크기를 묻지 않고, 신자의 자격을 따지지 않는다. 길 위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평안을 내어준다. 그 포용이야말로 종교의 본래 얼굴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기도하고 싶어도, 잠시 머물고 싶어도 문이 닫힌 교회뿐이라 마음을 누일 장소가 없다. 고요 속에서 마음을 산책할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슬프다. 

나는 산티아고 길에서 배웠다. 교회는 사람을 모으기 전에 먼저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막 걸음을 뗀 마음산책교회를, 나는 그런 성당처럼 만들고 싶다. 언제든 들어와 앉을 수 있는 곳, 말없이 울어도 되는 곳, 신앙이 아니라 쉼을 찾는 사람도 환대받는 곳. 그저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교회. 그것이 나의 소박한 꿈이고, 내가 믿는 복음의 풍경이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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