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월 2일 국무회의에서 “특정 종교재단이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해왔다”며 종교재단 해산 명령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지시했다.
종교와 정치의 경계를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라면 표면적으로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정황들은 대통령의 판단이 얼마나 허술한 전제 위에 서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통일교 세계본부장이었던 윤영호 씨는 특검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의원 2명에게도 수천만 원씩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한 명에게는 고가의 시계까지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검 수사보고서에는 윤 씨가 당시 청와대 핵심 인사, 문재인 정부 장관급 인사들과 ‘연을 만들었다’는 기록까지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특검은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조직적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손을 놓았다.
반면 국민의힘 시도당 및 당협위원장 20명에게 1억 4400만 원을 제공한 의혹은 신속히 기소했고, 권성동 의원은 구속재판을 받고 있다.
한쪽은 적극 기소하고 다른 쪽은 사실상 방치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선택적 기준이며 법 집행의 형평성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통일교를 의식한 종교단체 해산을 언급하니, 그 발언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치권 전반으로 자금이 흘러간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특정 정파만을 겨냥한 듯한 해산론이 등장하는 것은, 애초부터 객관적 사실 규명보다는 정치적 활용이 우선이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대통령의 해산 검토 발언이 ‘정치적 불편함을 주는 종교단체를 행정권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교가 첫 대상일 뿐, 그다음은 기독교, 또 그 다음은 불교가 될 수 있다.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종교는 언제든 해산시킬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는 이러한 검토 자체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종교재단 해산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대한 행정조치 중 하나다. 그런데 대통령은 해산을 논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필요한, 여야를 막론한 전체 자금 흐름의 투명한 공개와 공정한 재조사를 먼저 지시하지 않았다.
정교유착을 근절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정작 절반의 사실만 선택적으로 강조한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택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산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서둘러 입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 사실 전체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공정한 절차다. 불완전한 정보와 편향된 전제 위에 세워진 해산론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대통령이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이란 기준 자체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판단의 초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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