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신화는 시장의 승리가 아니라 정책의 실패다

JayGee's Economic Review


요즘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정서는 하나다. “강남 집을 사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는 공포다. 언론과 유튜브는 연일 강남 부동산을 사지 않은 사람을 ‘벼락거지’로 규정하며 불안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냉정하게 묻자. 과연 강남 부동산은 시장의 합리적 선택이었는가, 아니면 정책이 만들어낸 착시였는가.

문제의 출발점은 통화 정책이다. 2019년 이후 한국은 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돈을 찍어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실질 성장률은 미국보다 낮았지만, 통화량 증가는 오히려 더 가팔랐다. 이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로서는 치명적인 선택이었다. 돈의 가치는 성장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드시 하락한다. 그 결과 원화는 빠르게 구매력을 잃었고, 성실한 예금자는 보상받지 못한 채 사실상의 ‘조용한 약탈’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누가 보호받았는지는 명확하다.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다.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는 구조조정을 막는 대신, 가계부채를 연명시켰다. 은행 예금의 실질 가치는 하락했지만, 부채의 실질 부담은 줄었다. 정책은 성실한 저축가의 구매력을 빼앗아 차입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시장이 이를 학습하지 않을 리 없다. “저축하면 손해, 빚지면 이익”이라는 왜곡된 신호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

그러나 돈이 풀린다고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을 통한 유동성은 시중은행을 거쳐 신용도가 높은 자산가에게 집중된다. 그 자금은 다시 강남 아파트로 흘러 들어갔다. 그 결과 상위 1% 미만이 금융자산의 60%를 쥐는 극단적 자산 편중이 고착화됐다. 강남만 오르고, 나머지 지역은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기형적 시장이 형성된 이유다.

더 심각한 변화는 자산 시장의 지형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돈을 풀면 부동산으로만 향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해외 투자와 달러 자산이라는 대안이 열렸다. 그 결과 강남 부동산의 독점적 지위는 약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과 유튜브는 여전히 과거의 신화를 현재에 강요한다. “지금 안 사면 끝”이라는 가스라이팅은, 투자 판단이 아니라 공포 소비를 부추기는 선동에 가깝다.

강남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구조다. 투자 단위가 지나치게 크고, 분산이 불가능하다. 인생 전체를 한 자산에 걸어야 하는 투자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라 부를 수 없다.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자를 감당하며 삶이 유지되느냐는 질문이다.

결국 지금의 강남 부동산 신화는 시장의 승리가 아니다. 성장 없는 통화 팽창, 저축을 처벌하고 부채를 보조한 정책, 그리고 그 결과로 발생한 공포 심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빚을 내야만 살아남는 경제를 정상이라고 부를 것인가. 그리고 그 대가는 결국 누가 치르게 될 것인가.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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