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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Gee's Economic Review
문제의 출발점은 통화 정책이다. 2019년 이후 한국은 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돈을 찍어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실질 성장률은 미국보다 낮았지만, 통화량 증가는 오히려 더 가팔랐다. 이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로서는 치명적인 선택이었다. 돈의 가치는 성장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드시 하락한다. 그 결과 원화는 빠르게 구매력을 잃었고, 성실한 예금자는 보상받지 못한 채 사실상의 ‘조용한 약탈’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누가 보호받았는지는 명확하다.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다.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는 구조조정을 막는 대신, 가계부채를 연명시켰다. 은행 예금의 실질 가치는 하락했지만, 부채의 실질 부담은 줄었다. 정책은 성실한 저축가의 구매력을 빼앗아 차입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시장이 이를 학습하지 않을 리 없다. “저축하면 손해, 빚지면 이익”이라는 왜곡된 신호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
그러나 돈이 풀린다고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을 통한 유동성은 시중은행을 거쳐 신용도가 높은 자산가에게 집중된다. 그 자금은 다시 강남 아파트로 흘러 들어갔다. 그 결과 상위 1% 미만이 금융자산의 60%를 쥐는 극단적 자산 편중이 고착화됐다. 강남만 오르고, 나머지 지역은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기형적 시장이 형성된 이유다.
더 심각한 변화는 자산 시장의 지형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돈을 풀면 부동산으로만 향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해외 투자와 달러 자산이라는 대안이 열렸다. 그 결과 강남 부동산의 독점적 지위는 약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과 유튜브는 여전히 과거의 신화를 현재에 강요한다. “지금 안 사면 끝”이라는 가스라이팅은, 투자 판단이 아니라 공포 소비를 부추기는 선동에 가깝다.
강남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구조다. 투자 단위가 지나치게 크고, 분산이 불가능하다. 인생 전체를 한 자산에 걸어야 하는 투자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라 부를 수 없다.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자를 감당하며 삶이 유지되느냐는 질문이다.
결국 지금의 강남 부동산 신화는 시장의 승리가 아니다. 성장 없는 통화 팽창, 저축을 처벌하고 부채를 보조한 정책, 그리고 그 결과로 발생한 공포 심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빚을 내야만 살아남는 경제를 정상이라고 부를 것인가. 그리고 그 대가는 결국 누가 치르게 될 것인가.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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