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백세 시대가 축복이 되려면 전제 조건이 하나 붙는다. 바로 '내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건강'이다.
많은 이들이 노년의 건강을 위해 걷기나 등산 같은 유산소 운동에 매진하지만, 전문가들은 진정한 노후 준비의 핵심으로 '근력 운동'을 꼽는다.
근육은 단순히 외형을 가꾸는 도구를 넘어,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확실한 생존 자산이기 때문이다.
보통 40대 이후부터 근육량은 매년 약 1%씩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이를 방치하면 80대에는 전성기 근육의 절반 수준에 머물게 되는데, 의학계에서는 이를 '근감소증(Sarcopenia)'이라 부른다.
근육이 사라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면 당뇨와 고혈압 등 대사 질환의 위험이 급증할 뿐만 아니라, 신체 균형 감각이 무너져 낙상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노년기 골절은 단순한 부상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근력 운동이 생명 연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BJSM)'에 게재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단 1~2회만이라도 근력 운동을 실천할 경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약 40%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천연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근력 운동은 뇌 건강을 지키는 훌륭한 처방전이기도 하다. 하버드 의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육을 수축할 때 분비되는 '마이오카인(Myokines)'이라는 물질은 뇌세포의 성장을 돕고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즉, 하체 근력을 기르는 스쿼트가 치매 예방을 위한 영양제보다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노년기 근력 운동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무게'보다는 '정확성'과 '지속성'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처음부터 무거운 기구를 들기보다는 탄성 밴드나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운동으로 시작해 근력을 서서히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 몸 근육의 70%가 하체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앉았다 일어나기나 계단 오르기 같은 하체 중심의 운동이 효율적이다.
노년의 근육은 자식보다 낫고 연금보다 든든하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장을 보고, 산책하며 일상을 영위하는 자립의 힘은 결국 단단한 허벅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인생의 황혼기, 우리가 저축해야 할 것은 통장의 잔고만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쌓아 올린 근육이야말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존엄과 활력을 지켜줄 가장 정직한 투자다.
참고 및 출처: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22): Muscle-strengthening activities and risk of mortality.
Harvard Health Publishing: Strength and Resistance Training for Older Adults.
National Institute on Aging: The Importance of Resistance Exerc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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