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호르몬대체요법(HRT) '박스 경고문' 전격 삭제,
심혈관·유방암 공포는 과장… "개인별 맞춤 치료로 삶의 질 개선"
그레이스 헤럴드 / 송애연 기자
여성의 생애 주기에서 폐경은 피할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일과 같다. 시도 때도 없이 달아오르는 얼굴,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불면증, 이유 없는 가슴 두근거림은 단순한 노화의 증상을 넘어 삶의 질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이를 해결할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호르몬대체요법(HRT)'이 지난 20여 년간 억울한 누명을 벗고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됐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호르몬치료제에 붙어 있던 '박스 경고문(Boxed Warnings)'을 수십 년 만에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의약품 포장에 새겨졌던 '사용 주의'라는 붉은 낙인이 마침내 지워진 것이다.
이번 조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막연한 공포심이 현대 의학의 혜택을 가로막아 왔음을 시인한 결과다.
◇ 'WHI 연구'가 씌운 굴레, 20년 만의 복권
호르몬대체요법이 '금기'의 영역으로 밀려난 결정적 계기는 2002년 발표된 미국 여성건강주도연구(WHI)였다. 당시 연구는 호르몬 요법이 심혈관 질환과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호르몬 기피 현상'을 초래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당시 데이터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졌다. FDA는 "20년 넘게 이어진 두려움과 오해는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공식 인정했다.
실제로 대한폐경학회 등 전문가 집단에 따르면, 폐경 후 10년 이내 혹은 60세 미만의 건강한 여성이 시작하는 호르몬 치료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전체 사망률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까지 확인됐다.
◇ 유방암 공포의 실체와 '골든타임'
가장 큰 우려였던 유방암 역시 실상은 달랐다.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은 유방암 발생률을 오히려 낮추거나 변화가 없었고, 황체호르몬 병합 요법의 경우에도 위험 증가 폭은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밝혀졌다.
황경주 대한폐경학회 회장(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면 혈관 건강이 나빠지고 지질대사가 악화되어 심혈관 질환 위험이 급증한다"며, "호르몬 치료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이 오히려 폐경기 여성들의 심혈관 건강을 방치하게 만든 꼴"이라고 지적했다.
◇ 무분별한 사용보다는 '정밀한 선택'
물론 경고문이 사라졌다고 해서 누구나 마음 놓고 약을 먹으라는 뜻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개인 맞춤형 접근'을 강조한다. 예컨대 여성이 에스트로겐만 단독 복용할 경우 자궁내막암 위험이 존재하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결국 이번 FDA의 결정은 과학의 승리이자, 여성 건강권의 회복이다. 막연한 공포에 떨며 갱년기의 고통을 감내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머리를 맞대고 '득과 실'을 냉정히 따져, 제2의 인생을 더욱 건강하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족쇄는 풀렸고, 선택은 이제 과학의 영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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