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과 행정이 결탁하면, 사법은 침묵한다

입력 2025.07.0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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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국회의 과반을 쥐고 있는 정당의 수장이면, 법은 멈춘다. 검찰은 머뭇거리고, 법원은 침묵하며, 법 자체는 그 정당의 입법 권력 아래 휘어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확히 그 지점에 서 있다. 형식은 삼권분립이지만, 내용은 정치 독주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 재판 5건이 속속 중단되고 있다. 법원이 자의적으로 재판을 덮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에 대해 사실상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지만, 서울고법은 이를 무시했다. 재판을 이어갈 의무도, 헌법을 해석할 자격도 포기한 것이다. 

단 14자의 결정문만 남기고 고개를 숙였다. 대법의 뜻도, 헌법의 정신도 외면한 재판 포기 선언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죄’를 제외하고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소되지 않는다는 뜻이지, 재판을 하지 말라는 조항이 아니다. 

하지만 법원은 여기에 ‘재판 중단’이라는 자의적 해석을 덧씌웠다. 법적 근거는 희박하고, 정치적 고려는 짙다. 이런 방식의 판결 회피는 헌법 해석을 가장한 탈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판하는 지귀연 판사의 재판부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자 여당이 노골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정치의 입김은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법원 내부의 자율성은 그에 비례해 쪼그라든다. 사법 독립이라는 말은 이제 선언문 속 문장일 뿐, 현실의 제도는 아니다.

정권이 국회 과반을 장악하고, 사법부까지 압박하면, 법은 특정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법률 개정을 통해 재판을 무력화하고, 그 과정에서 반대 여론은 ‘정쟁’으로 포장된다. 사법은 침묵하고, 언론은 방관하며, 시민은 더 이상 재판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재판을 멈추는 이 상황은 단순한 예외가 아니다. 헌법의 예외 조항을 일반 규칙으로 바꾸고, 사법의 책무를 행정 편의로 대체한 중대한 전환이다. 

이 모든 과정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짓밟고 있다. 대통령에게만 유예되는 법, 권력자만 피해 가는 재판은 법치주의의 파탄이다.

사법부는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에 순종하고 있다. 법의 수호자가 되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 결과, 사법적 판단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조율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도달했다. 어느 누구도 법 앞에 평등하지 못하고, 정치인은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재판을 중단한 법원은 단지 재판 하나를 덮은 것이 아니다. 사법의 존재 이유, 국민의 신뢰, 민주주의의 균형을 통째로 무너뜨린 것이다. 법이 침묵하면, 정의는 말할 기회를 잃는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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