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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비대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 발언은 지금까지의 검찰개혁이 놓치고 있던 중요한 시사점을 되짚게 한다. 대통령은 “권력은 집중되면 남용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하고 견제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검찰에서 경찰·중앙수사청(중수청)으로의 수사권 집중 구조에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이 발언 이후 정부 안팎에서는 외국 간첩, 국제 테러범에 대한 수사권을 국가정보원(국정원)에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국정원의 역할 확대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수사체계의 균형 재설계를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검찰개혁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권에 집중시키는 것이 핵심이었다. 수사권은 경찰 또는 신설 중수청에 이관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검찰의 권한을 단지 다른 기관에 넘기는 ‘권력 이양’에 불과할 뿐, 권력 분산이 아니라는 근본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경찰은 이미 수사권을 이관받은 뒤 처리 지연, 종결 결정의 신뢰 부족, 전문성 미비 등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중수청을 신설하더라도 수사범위가 광범위하다면, 경찰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형태의 ‘비대한 권력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인가. 바로 기능별 수사권 분산과 상호 견제 시스템의 구축이다. 이 점에서 미국은 훌륭한 선례를 제공한다. 미국의 수사기관들은 각기 전문화된 영역을 맡고 있으며, 권한이 중첩되도록 설계돼 자연스럽게 견제가 작동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FBI(연방수사국): 대테러, 간첩, 사이버범죄, 공직자 부패, 인권 침해 등 국가 안보와 연방 수준의 중대범죄를 전담한다. 연방 검찰과 밀접히 협력하며 연방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다.
DEA(마약단속국): 불법 마약 제조, 유통, 밀수 등 마약 관련 범죄를 전문으로 수사한다. 멕시코 카르텔 등 국제적 마약조직 대응에도 특화돼 있다.
IRS CI(국세청 범죄수사국): 세금 포탈, 자금세탁, 금융 사기, 불법 해외 계좌 등 경제·조세 범죄를 전담한다. 수많은 화이트칼라 범죄의 추적은 이 기관 몫이다.
ATF(주류·담배·화기·폭발물국): 불법 총기 유통, 폭발물 제조, 조직범죄, 주류·담배 밀수 등을 담당한다. 특히 국내 테러 및 무기 관련 범죄 대응에 강점을 보인다.
USSS(대통령 비밀경호국): 대통령·부통령 등 요인의 경호 외에도, 위조지폐, 금융사기, 전자금융 범죄 등 경제범죄 수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이처럼 미국은 ‘수사권 집중’을 철저히 피하고, 기능별로 분산된 수사체계를 운용하며, 각 기관의 전문성과 견제 기능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한국은 이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경찰과 중수청에 권한이 쏠리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더욱 심각한 영역에 있다. 외국 간첩, 국제 테러, 사이버 안보 등 고도의 정보와 국제 네트워크가 필요한 수사는, 경찰이나 신생 수사기관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바로 국정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했고, 2024년부터 경찰에 완전 이관했다. 정치 개입 방지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그 결과로 국가안보 수사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국정원은 해외 정보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 사이버 추적 역량, 첩보 수집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안보 수사에 최적화된 조직이다. 지금처럼 단순 정보 수집 기능에만 머무르게 하는 것은 국가적 자산의 방치에 가깝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검찰은 기소에 집중하고, 경찰은 일반 범죄, 중수청은 중대범죄, 국정원은 외국 간첩·테러 사건을 전담하도록 기능과 권한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동시에 각 기관 간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권력은 집중되면 남용된다”는 발언은 검찰개혁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전체 수사 시스템의 민주적 재설계로 이어져야 한다. 수사권을 분산하고, 견제 가능하게 만들며, 전문성을 강화하는 다중 수사 구조만이 진짜 개혁이다.
그렇지 않다면, 검찰의 그림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또 다른 괴물이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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