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처벌 운운한 대통령, 천륜보다 앞설 수 없다
"북한으로 삐라, 풍선으로 보내는 거는 이제 강력하게 처벌해야죠."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접경지 주민 간담회에서 내놓은 이 발언은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납북자 가족의 고통을 보듬어야 할 국가 지도자로서 깊이 성찰해야 할 언급이었다.
대북 전단은 단순한 종이쪼가리가 아니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북한의 인권 지수를 100점 만점에 3점으로 평가하며, 북한을 세계 최악의 인권국가로 지목해왔다.
북한 요덕 수용소의 생존자들이 “그곳은 생지옥으로 죽어도 이보다 더한 지옥으로 갈 수는 없다”고 증언하는 현실에서, 대북 전단은 억압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의 존재와 자유의 숨결을 알리는 희망의 통로였다.
실제로 수많은 탈북자들이 “전단을 보고 북한의 실상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증언해왔다.
대한민국의 사법기관은 이 문제에 대해 이미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2023년 4월,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 또한 2023년 9월, 전단 살포로 인한 긴장의 책임을 전단 살포자에게 일방적으로 돌리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처럼 명확한 사법 판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강경 처벌을 언급한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틀 후, 납북자 가족 모임이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하며 임진각을 찾았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또한 6월 18일경 북한에 전단 살포를 못하도록 강화도에 경찰 125명 정도를 추가 배치했다고 한다.
이들 납북자 가족들이 준비한 것은 무기가 아니라 헬륨가스와 전단이었다. 이 나라가 과연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는 대목이다.
최성룡 납북자 가족모임 대표는 “납치된 가족을 보살피기는커녕, 오히려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천륜의 호소보다 외교적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한 것이다.
북한 정권의 폭압으로 고통받는 가족을 둔 이들의 목소리에 정부는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귀 기울여야 한다.
2000년, 우리는 북한의 비전향 장기수 63명을 송환했지만, 납북된 우리 국민의 생사조차 아직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북한에는 6.25 국군 포로를 포함해 17만 명 이상의 국민이 억류되거나 납북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생명권과 기본권에 직결된 사안이다.
정부는 북한의 반응을 우려해 대북 전단을 금지하거나 우리 국민을 처벌하기에 앞서, 납북자와 억류자 문제에 대해 북한에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는 태도를 먼저 보여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천륜은 인간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윤리다. 이 두 가치를 소홀히 한 채 유지되는 평화는, 결코 진정한 의미의 안정이라 할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북 전단에 대한 과도한 법적 제재를 재고하고, 납북자 가족과 실향민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천륜을 회복하려는 애절한 외침이 위협으로 간주되는 사회는 더 이상 자유롭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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