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닮아가는 한국… 사법 장악과 포퓰리즘이 불러올 파국
한때 남미에서 가장 부유했던 나라 베네수엘라는 이제 경제 파탄과 인권 후퇴의 대명사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8년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무려 1,698,488%에 달했다. 물가는 몇 시간 단위로 급등했고, 지폐는 휴지보다 쓸모없어졌으며, 의료와 식량은 부족해졌고, 국민의 20% 이상이 조국을 등졌다.
이 비극은 단숨에 닥친 일이 아니었다. 사법부 장악과 포퓰리즘, 그리고 시장 배제를 통한 국가주의적 통제 정책이 서서히 나라를 붕괴시켰다.
2004년, 당시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의회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증원했다.
새로 임명된 대법관들은 대부분 정권 친화적인 인물들이었고, 기존 대법관들은 근거가 불분명한 부패 의혹과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며 스스로 사퇴했다. 사법부는 권력의 견제자가 아닌 정권의 도장 기관으로 전락했고, 법치주의는 기능을 잃었다.
이후 정권은 국민을 위한 것처럼 보이는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였다. 노동자에게 특권을 부여하고 복지를 무차별 확대했으며, 주요 산업과 기업을 국유화하고 가격을 통제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투자는 실종되고 생산은 멈췄으며, 정부 재정은 파탄에 이르렀다. 국민은 환호 속에 독재를 불렀고, 자유는 점점 사라졌다.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도 사법부를 완전히 권력의 손아귀에 넣고, 선거도 통제하며 ‘헌법 위의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과반 이상 의석을 바탕으로 대법관 정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명분은 사법 부담 해소지만, 실질적으로는 입법부 다수당이 대법원 판결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과거 베네수엘라의 ‘사법부 구조 변경’ 사례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또한, 민주당은 노동계 요구를 반영해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주도하고 있다. 이 법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파업이나 합법파업이나 차별이 없는 듯하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목 아래 사용자의 기본 재산권과 기업의 경영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법적 균형을 현저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차베스 정권이 노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며 민간 기업을 위축시켰던 사례와도 닮아 있다.
여기에 각종 현금성 복지 정책과 지출 확대 중심의 재정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 선심성 정책으로 표심을 자극하는 행태는,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 건전성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권은 ‘다수결’이라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외피에 기대 사법부와 시장을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권력의 분산과 견제에 있다.
사법부를 구조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 경제적 논리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법률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흐름이다.
차베스는 헌법을 바꾸지 않고도 독재를 실현했다. 그가 장악한 사법부는 스스로 독립성을 포기했고, 대중의 환호를 등에 업은 포퓰리즘은 결국 국민의 고통으로 되돌아왔다. 대한민국이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권력은 반드시 견제받아야 하며, 법은 권력 위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억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지지한다고 해서 그 선택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대중의 박수는 때때로 진실을 가릴 수 없고, 정의는 고요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가 많다.
시간이 흘러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만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후회는 늘 느지막하게 찾아오고, 그때는 아무리 부르짖어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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