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는 사람이 최초 겪는 망설임...실행하라, 그러면 저절로 걷게 될 것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게 될 무렵, 앞으로의 삶에 대한 걱정과 너무도 갑작스럽게 다가와 버린 퇴직 결심이 나의 머리를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걷고 또 걸으며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을 갖길 원했죠. 그때 동료가 갖고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와 관련된 책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발은 까미노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책을 보니 실제 순례길에서는 거의 스페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영어만 할 줄 알면 충분하다는 내용이 과감하게 그 길을 도전하게 만들었죠.

그런데 순례길 도중 시골마을의 순례자숙소(알베르게)에서는 자원봉사자가 전혀 영어를 할 줄 몰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통해 숙소비용, 세탁기 이용비용, 저녁식사 예약 등을 하게 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제가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알거든요.

저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죠. 그냥 프랑스 파리 직항 KAL기를 타고 날아가 미리 예약해 둔 기차를 타기 위해 몽빠르나스 역까지 묻고 물어 찾아갔고, 열차에 몸을 실은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물론 파리에 도착하여 1박을 한 뒤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숙박지는 인터넷을 찾아보면 민박이 많습니다. 민박을 하면서 몽빠르나스 역 가는 길을 물어보면 됩니다. 물론 비용이 넉넉하다면 호텔에서 잠을 자도 됩니다. 호텔 프론트에서 기차역 가는 길을 물어보면 됩니다. 

기차를 타면 배낭을 둘러 맨 사람들이 내리는 곳(바욘역)에서 내리고, 그곳에서 다시 열차표를 구매하여 생장피드포르까지 가면 됩니다. 그곳에서부터는 많은 순례자들이 함께 하니 이것저것 물어보며 걷다 보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설 때는 걱정도 많고, 지식도 많이 쌓으려고 하고, 스페인어도 배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근심 떨치고 그냥 떠나면 됩니다. 스페인어를 못해도 되고, 영어를 못해도 무방합니다. 메모지에 글을 써서 보여주면 호텔이든 기차역이든 찾아가는 길을 몸짓 발짓으로라도 가르쳐 주니까요.

그렇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32일 동안 온전히 두 발로만 걸었습니다. 그리고 땅끝마을 피니스테라, 성모님이 발현했다는 묵시아까지 다녀오며 40일 간을 무난히 소화하고 귀국했죠.

그리고 벌써 산티아고 순례에 대한 책을 3권이나 썼습니다. 물론 산티아고 완주증서는 5개나 갖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까미노 데 산티아고에 관한 한 어느 정도 전문가가 됐답니다. 여러분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냥 그리워만 하지 말고 실천해 보십시오. 실천하지 않는 계획은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까요. 


댓글